사회과학탐구영역
영화시나리오
영화 시나리오
사회과학탐구영역
2003년
<사탐>

기획의도
1994년 성수대교 붕괴를 시작으로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삼풍백화점 붕괴 등 당시 연속됐던 끔찍한 재난사고의 기억으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무 죄 없이 희생된 사람들과 그 일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원망과 자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시놉시스
1995년,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로 부모를 잃는 성진. 사고가 나는 순간 성진의 머리가 하얗게 새어 버린다. 그리고 15년 뒤 서울. 학교 선생님이 된 그는 어느 날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소년 재수를 알게 된다. 이제 막 마리라는 여학생과 사귀기 시작한 재수는 미래를 보는 능력을 여러 가지 재미있고 즐거운 일에 사용하는 유쾌한 소년. 하지만 그 능력이 실은 사고를 미리 보고 이를 막기 위한 능력이라는 말 듣고 고민에 빠진다. 이미 시작된 죽음의 행진. 성진은 재수를 돕고 싶다고 말한다. 성진의 이야기를 반신반의 하던 어느 날 재수는 친구 정원이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하는 환영을 보게 된다. 정원을 살리기 위해 달려가는 재수. 하지만 사고를 막기는커녕, 도리어 자신이 사고의 한 원인이 되고 만다! 정원의 죽음 앞에서 울부짖으며 절망에 빠지는 재수. 과거에는 재수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성진. 하지만 부모와 친구들의 죽음을 미리 알고도 막지 못한 후회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재수는 도저히 성진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 재수는 이 모든 것이 성진의 피해망상 때문이라고 몰아세운다. 하지만 곧이어 재수에게 보이는 미래에 일어날 대형 재난 사고의 끔찍한 환영! 재수는 이 사고로 마리를 비롯한 가까운 이들이 모두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시나리오 일부>
# 1. 거리 / 저녁
<1995년 4월 27일 대구>
야옹- 야옹- 도로 한 가운데 갇혀버린 고양이.
굉음을 내며 지나는 차들 사이에 잔뜩 웅크린 채 옴짝달싹을 못 한다.
어느새 소리 없이 다가와 고양이를 가만히 안아 올리는 교복 차림의 박성진. (17살)
성진 / 괜찮아. 겁 먹지 마. 내가 죽기 전에 널 살리는구나.
고양이를 쓰다듬는 성진. 차들이 달리는 도로를 가로지른다.
맹렬하게 달리는 차들. 하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도로를 가로지른다. 무심히 걷지만 마치 일이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한 모습.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차들의 흐름 속에 유유히 걷는다.
# 2. 공사장 옥상
공사장 계단에 뚝-뚝- 떨어지는 눈물. 누군가의 발이 계단을 올라간다.
품에 안긴 고양이. 성진이 옥상 난간에 웅크려 운다.
황량한 풍경의 공사 중인 옥상.
성진 /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난 죽고 싶지 않은데···
고양이를 내려놓는 성진. 야옹- 야옹- 성진을 향해 운다.
옥상 난간 위에서 고양이를 바라보는 성진. 등 뒤로 대구 야경이 반짝인다.
성진 /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그러면서도 난간 밖으로 뒷걸음질 치는 성진!
대구의 야경을 뒤로 하고 허공으로 떨어진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추락하는 성진.
떨어지다 휘저은 팔이 공사장 비계를 붙잡는다.
투둑-! 비계를 부수며 떨어지는 성진!
# 3. 병원 / 아침
병원. 아침. 입원실 복도에 왁자하게 울리는 목소리들. 호사들 인상을 다.
병실에 잔뜩 모인 교복차림의 남자애들.
친구 1 / 니 진짜 죽을라 캣나. 진짜 이기 미친나.
친구 2 / 봐라, 성지니 일마가 얼매나 무당 같은데 지 죽을 줄 알았으면 뛰어내렸겠나?
친구 3 / 그러체. 걍 함 해본 거재. 재밌었나. 또 할끼가?
친구 1 / 이제 다리 몽둥이 다 뿐질러서 못 한다 아이가!
맞다 맞다 떠드는 친구들. 깁스에 낙서를 한다.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한 성진. 생채기 투성이 얼굴로 어색하게 웃는다.
병실로 들어오는 엄마와 아빠.
엄마 / 얘들아 학교 가야지.
친구들이 또 온다. 잘 있어라. 하며 우르르 병실을 나간다.
깁스에는 <기대하시라! 다음엔 20층이다> <나는야 수퍼맨! 12층에서 날았다네!> 따위의 낙서와 감자 먹이는 그림이나 해골 그림, 따위가 그려져 있다.
엄마 / 목발 쓰면 한 달 뒤엔 학교 나갈 수 있데.
성진의 눈동자에 비치는 엄마가 말한다.
눈동자 속의 엄마 / (살짝 장난스런 표정으로) 마지막으로 뽀뽀한 게 언제지?
아빠가 성진의 어깨를 토닥여 준다.
아빠 / 쉬어라.
성진의 손을 꼭 잡는 엄마. 장난스레 웃으며 말한다.
엄마 / 가만, 우리 아들하고 마지막으로 뽀뽀한 게 언제지? 꼼짝 못할 테니까.
갑자기 엄마의 옷 소매를 꽉 붙드는 성진.
성진 / 엄마. 가지마. 안 돼. 가지마. 내 말 들어 제발···
엄마 / 성진아 괜찮아. 아무 일 없어. 엄마 회사 마치고 일찍 올게.
성진 / 안 돼! 오늘이야. 난 알아. 엄마! 내 말 들어!
붙잡은 성진의 손을 떼어내려 애쓰는 엄마. 눈물을 글썽인다.
엄마 / 제발. 또 왜 그러니 성진아, 이러지 마. 응?···
아빠가 굳은 얼굴로 성진의 손을 강제로 떼어낸다.
가지 말라며 몸부림치는 성진!
# 4. 병원 복도
아나운서 / 베토벤 7번 교향곡 제 2악장 알레그레토입니다.
간호사 데스크에 올려놓은 포터블 데크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절룩이며 텅 빈 복도로 나오는 성진. 복도 끝으로 대구 시내가 보인다.
7시 50분을 가리키는 시계.
갑자기 복도 유리창을 가득 적시며 붉은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깜짝 놀라는 성진.
링겔병으로도 피가 역류하기 시작한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링겔병!
고개를 저으며 두려움에 부들부들 떠는 성진!!
성진의 눈동자에 엄마의 모습이 비친다!
성진 / 안 돼. 안 돼. 엄마, 엄마!!!
# 5. 도로
성진의 엄마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자동차 탄 아빠와 엄마.
지하철 공사가 한창인 도로.
순간, 빛이 번쩍인다.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하늘로 치솟는 차들!!
# 6. 병원
병원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환한 빛! 눈을 가리는 성진.
콰쾅-!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병원이 흔들리고 유리창이 깨진다.
와장창! 깨지는 유리창 파편과 함께 나동그라지는 성진.
성진 / 엄마. 엄마.안돼, 안돼!
서럽게 우는 성진의 머리카락이 서서히 하얗게 변한다!
# 7. 사건현장
일렁이는 푸른 불꽃 속에 종이처럼 구겨진 차들.
폭격을 맞은 듯 커다란 구멍이 난 지하철 공사장.
공사장 아래 떨어진 차들.
버스 속에 시커멓게 타 죽은 친구들.
성진 엄마의 차에 박힌 커다란 H빔.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있는 성진의 부모. 눈을 부릅뜬 채이다.
아나운서 / 아침 7시 50분 대구의 지하철 공사장에서 가스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TV 로 참혹한 현장이 중계 된다.
아나운서 / 마치 전쟁이 일어난 듯 끔찍한 현장에는 아직도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 8. 합동영결식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사고 합동 영결식>
식장에 검은 상복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 영정을 들고 있는 친구의 모습. 그 옆에 목발하고 있는 성진이 보인다. 친구 몇이 성진을 부축하며 따라온다.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모습이 그로테스크하다.
아나운서 / 오늘 아침 40분 경. 성수대교 상판이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 9. 몽타주
TV로 중계되는 성수대교 붕괴 사고.
아나운서 / 등교를 서두르던 학생과 직장인들이 탄 버스가 48미터 아래로 추락하는 끔찍한···
TV로 중계되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아나운서 / 국민 여러분 끔찍한 사고입니다. 오늘 오후 5시 55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습니다.
기자 / 폭탄을 맞은 듯 완전히 파괴된 백화점 안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F. O.
# 10. 옥상
화창한 파란 하늘이 보이는 옥상.
여학생 / 살찔까 봐 실컷 먹지도 못하고, 착하게 살았는데, 너무 억울해.
초콜릿을 먹으며 한숨을 폭- 쉬는 교복의 여학생. 어른이 된 백발의 성진이 다가온다.
성진 / 은주야. 넌 옳은 일을 하는 거야. 선생님을 믿어.
여학생 / 선생님, 저 울어도 되죠?
고개를 끄덕이는 백발의 성진을 꼭 끌어안는 여학생.
성진이 눈물을 흘리는 여학생의 등을 토닥여 준다.
여학생 / 이제 가세요.
성진 / 그래. 갈게.
성진이 옥상을 내려간다.
침울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는 성진.
# 11. 도로
골목을 나오다 급정거하는 자동차. 2차선 도로 중간에 성진이 서 있다.
운전사 / 도로 한 가운데서 뭐 하는 거야?! 큰일 낼 사람일세.
성진 / 죄송합니다.
떠나는 자동차.
성진이 고개를 들어보면 주상복합 건물 옥상 위에 서 있는 소녀.
발을 앞으로 내 딛는다.
떨어지는 소녀의 눈물이 하늘 위로 솟아올라 흩어진다.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흰 머리의 성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