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꽃

영화 시놉

악의 꽃

장르

스릴러

형식

롱시놉

작품년도

2008년경

악의 꽃

악 의 꽃

– Audemars Piguet (오데마피게)

이른 아침. 앳된 표정의 20대 중반의 여자 앞에 서는 고급차. 50대 사내가 여자를 부른다. 타! 빤히 쳐다만 보는 여자. 사내가 타이르듯 말한다. 찬은아. 타라니까. 삼촌 무안하게 이럴래?

막히는 도로. 쌀쌀맞은 표정의 찬은. “니가 나 싫어하는 거 안다.” “그 정도가 아니에요. 모르셨어요?” “찬은아. 그때 내가 니네 아빠를 돕겠다고 덤볐다면, 그 순간 다 끌려들어가서 끝나는 거야. 돈이란 게 그런 거야. 너도 이해할 날이 올 거야.” “삼촌이 그런 말을 하다니 참 뻔뻔하시네요. 아빠 무덤에 가서 말해 보세요.”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 삼촌. 조그만 선물 상자를 건넨다. 열어보면 고급스러운 시계다. “졸업식 때 초대도 못 받을 테니까. ···뇌물 아니다.” 농담이라고 했지만 씨도 안 먹히는 찬은.

차가 많이 막힌다. 시간이 없는 듯 일방통행 길로 차를 돌려 들어가는 삼촌. 펄쩍 뛰는 찬은. “여기 일방통행이에요.” “괜찮아. 여기만 빠져나가면 돼.” “안돼요. 차 돌려요.” “괜찮다니깐.” “차 세워요. 차 세우라고요!” 씩씩거리며 차에서 내리는 찬은. “삼촌 이제 찾아오지 마세요. 그리고 이런 것도 필요 없어요.” 상자를 차안에 던지고 가는 찬은. 착잡한 표정의 삼촌.

서래마을 파티가 있던 집. 전처럼 가득 찬 와인셀러. 텅 빈 집으로 베트남 가정부 리티브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냉장고를 열고 장 봐온 것들을 정리한다. 하지만 금방 가득 차 버리는 냉장고. 리티브가 베란다 구석에 있는 냉동고로 향한다. TV에서 재방송되는 긴급출동 S.O.S류의 방송. 갑자기 리티브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 뒷걸음치는 리티브.

냉동영아

경찰서 강력계. 어디 갔는지 형사들은 보이지 않고 여기 저기 험악한 표정의 수감자들만 보인다. 그 가운데 혼자 앉은 찬은. 흘끔 흘끔 사내들이 그녀를 본다. 한둘은 유치한 수작을 걸기도 한다. 어색하게 웃는 찬은. 불안한 표정이지만 시선들을 모두 받아내고 있다. 잠시 뒤, 회의를 마치고 우르르 강력계로 들어오는 형사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찬은. 수사반장 무호가 따라 오라고 한다. 골치 아픈 일을 떠맡았다는 표정의 무호.

현장으로 출동하는 차 안. 찬은이 경찰대 4학년으로 현장실습을 나왔다며 자기소개를 한다. 그런 찬은이 귀찮기만 한 무호.

서래마을 사건현장에 도착하는 방배서팀. 과학수사팀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잔뜩 겁에 질려 있는 리티브. 집 주인인 질베르는 프랑스로 출국한지 한 달째인 상태. 새로이 질베르가 오늘 출국해서 내일 서울에 도착한다는 소식이 들어온다. 의아해 하는 무호. 자기는 이 사건하고 아무 관계가 없다는 건가? 처음으로 접하는 사건현장인 탓에 잔뜩 긴장해 있는 찬은. 발 조심하라는 둥 이래저래 잔소리만 잔뜩 듣는다. 영아가 들어 있는 냉동고. 영아는 고깃덩이처럼 검정비닐에 둘둘 쌓여 있다. 차마 외면하는 찬은.

무호가 찬은을 데리고 다니며 인근 탐문을 한다. 어느 집 주인이 몇일 전 처음 보는 금발 소녀가 그 집에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외 대부분의 프랑스인들과 동네 사람들은 모두 질베르를 점잖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금발 소녀 외에 별 소득 없이 돌아가는 두 사람. 찬은이 묻는다. “뭣 때문에 저런 갓난애들을 죽였을까요?” “뻔하지 않겠어? 돈 아니면, 치정이지. 세상은 간단해. 더럽게도.” 퉁명스레 말하는 무호.

– LFDM

질베르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를 찾아가는 찬은과 무호. 책임자에게 질베르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와인 제조 전문가이자 소물리에라는 사실을 듣는다. 또한 곧 출시될 LFDM의 판매 유통과 관련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인 JJ와 다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가치가 인정받는 와인은 한병에 수천만원을 호가해요. LFDM은 한국 와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될 거에요. 그럼 그게 얼마를 벌어들일지 아십니까? 계산도 안 될 정도에요.” 돌아가는 길. 무호가 묻는다. 와인 좀 아나? 아니요. 전혀 모르는데요. 도움이 안되는 구만. 고개를 절래절래 젖는 무호.

알코올 냄새에 계속 코를 훌쩍이는 찬은. 부검대에 나란히 누운 냉동 된 두 아이. 사인은 저체온 증. 둘 다 생후 일주일이 경과되지 않은 상태. 하지만 냉동 상태라 정확한 사망 시기는 알 수 없다. 아이가 백인이야, 쌍둥이야, 뭐야? 고개를 젓는 부검의. DNA 검사가 나와 봐야 안다는 대답. 난처한 무호. 찬은이 묻는다. “그럼, 살아 있는 채로 아이를 냉장고에 넣었다는 건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부검의. “사후경직상태로 봐서는, 가능한 이야기지.” 뱃속의 태아처럼 잔뜩 웅크리고 있는 영아의 시신.

강력계 회의실. 무호는 질베르의 집 냉동실에 아이를 유기한 점에 주목한다. 이는 의도적인 것으로 우선적으로 질베르가 의심스럽고, 그 다음으로는 질베르와 원한 관계에 있는 자의 소행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에 따라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를 더욱 강화하는 무호. “누군가 나중에 유아를 처리할 생각으로 잠시 가져다 놓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럼 안 찾아간 이유가 뭔데? 질베르가 언제 올 줄 알고?” 대답을 못하는 찬은. “넌 가서 CCTV나 확인해.”

찬은 혼자 몇 시간 째 출입문의 CCTV를 확인하고 있다. 질베르 집에 들락이는 사람들의 사진을 뽑는 찬은. 금발의 소녀를 발견한다. 하지만 선글라스에 고개까지 숙이고 있다. 사진을 뽑아 나가는 찬은. 사진을 건네자 퉁명스레 말하는 무호. 이게 뭐야? 얼굴은? CCTV가 있는 걸 아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하는 표정으로 보는 무호. 무안한 찬은. “제대로 찍힌 걸 찾아와.” 다시 CCTV를 확인하는 찬은. 화면에 화려한 파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오가는 것이 보인다.

아침. 밤새 CCTV를 보다 잠이 든 찬은. 씻으러 나가려다가 멈춰진 화면 속 노랑머리의 여자의 동작에 눈이 간다. 다시 화면을 반복해서 보면 건물로 들어오기 전에 잠시 주춤하는 노랑머리. 재빨리 밖으로 나가는 찬은.

프랑스인 질베르.

공항. 질베르를 기다리고 있는 방배서팀. 이미 언론에 보도가 나간 상태라 공항에는 기자들이 잔뜩 진을 치고 있다. 짜증스러운 무호. 박찬은이 어디 갔어? 아침부터 안 보이던데요? 질베르가 나오자 대사관 직원들과 기자들, 방배서 형사들까지 북새통이 일어난다. 자국민 보호를 이유로 질베르의 신병을 넘겨줄 수 없다는 대사관 직원들. 하지만 질베르가 응낙을 하면서 대사관 직원의 동석 하에 심문을 하기로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질베르와 방배서팀의 차량. 흘끔 뒤를 돌아보는 질베르. 빨간색 포르쉐 SUV가 뒤 따라 오고 있다. 이내 경찰차를 추월해 빠져 나가는 SUV.

서래마을 현장. 현관 앞에서 이리저리 살피는 찬은. 이윽고 화단 안쪽 건물 외벽의 도시가스 점검함을 들춘다. 이리저리 살펴보면 열쇠가 하나 보인다. 조심스레 집어 드는 찬은. 가져온 키트함에서 장비를 꺼내 열쇠에 묻은 지문을 떠낸다. 곧바로 핸드폰으로 지문 조회를 신청하는 찬은.

대사관 직원과 변호사가 앉은 채 질베르의 심문이 진행된다. 질베르와 아이의 관계에 대해 집중 추궁하는 형사들. 자신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이고, 게다가 아이가 발견된 냉동고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질베르. 무호가 금발의 여성 사진을 보여주자 모르는 사람이라는 질베르. 모르는 사람이 집에 드나들 수 있느냐고 따지지만 모른다는 말만 계속한다. 치정이나 원한관계에 대해서 물어도 별다른 대답을 얻지 못한다. LFDM의 판매권 때문에 JJ 식품의 서영범과 심하게 다퉜었다는 사실을 묻자 그건 벌써 1년 전의 일이고 영범과는 10년 전에 프랑스에서 만난 오랜 친구라고 대답한다.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질베르와 답을 찾지 못해 답답한 무호. 그 사이 국과수의 DNA 분석결과가 나온다. 질베르와 영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결론. 풀려나는 질베르.

아이를 잃어버린 여자. 서진희.

청담동 Y-bar. 엔틱한 장식이 인상적이다. “서진희씨를 찾는데요.” 그러자 나오는 20대 후반의 여자. 그녀의 아름다움에 잠시 당황하는 찬은. 사건을 이야기하자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진희. 찬은이 금발소녀의 사진을 내밀며 묻는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마지막으로 집에 들어간 사람이에요. 열쇠를 열고 들어갔는데, 열쇠에 찍힌 지문을 대조했더니 진희씨가 나왔어요. 질베르씨와는 무슨 관계시죠?” 와인 사업을 함께 한다는 진희. “LFDM 이란 와인 말인가요?” “맞아요. 제가 이름을 지었죠.” “왜 가발을 쓰고 들어가신 거죠?” “····사정이 있어요.” “사랑하는 사이군요.” 놀라는 진희. “질베르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을 싫어했어요. 그 집에 들어갈 땐 가발을 써야했죠.” 잠시 망설이던 진희가 찬은에게 묻는다. “그 아이. 제 아이인지 확인할 수 없나요?” 놀라는 찬은.

진희의 차를 타고 방배 경찰서로 향하는 찬은. “국과수 DNA 분석결과는 내일 쯤 나올 거에요.” 고개를 끄덕이는 진희. 문득 눈물을 흘린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차안. 찬은이 진희의 손목을 바라본다. “그 시계··· 오데마피게군요.” “잘 아시네요.” “거의 가질 뻔 했거든요.” “그래요?” 의외라는 표정의 진희. “그런데 그 시계 비싼가요?”하고 묻자 피식 웃는다. “22살? 23살? 형사치곤 젊으시네요.” “경찰대생이에요. 정식 경찰은 아니죠.” “어쩐지 좀 이상하긴 했어요. 형사들은 대게 둘이 팀으로 다니잖아요.” “큰 사건이니까. 내가 해결하고 싶어요.” “성공하고 싶으시군요.” “다들 원하지 않나요?” “그렇죠. 다들 원하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죠.” “네 투 하이죠.” 함께 웃는 두 사람.

무호와 찬은이 진희의 이야기를 듣는다. “질베르와 사귀면서 이상한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누가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들이었죠.” “인기가 많으시군요.” 무호가 빈정거리며 말한다. 진희는 몇 달 전 아이를 낳았지만 기뻐하던 질베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프랑스로 떠나버린다. “그럼, 애 아빠가 누구에요?” “변혁씨 일거에요. ····아마.” “혹시, 대한타이어 아들이요?” 고개를 끄덕이는 진희. 그 후 진희는 아이를 충북영동의 소망 보육원에 맡겼는데, 얼마 뒤 자신의 아이가 실종되고 만다. “어디에서도 아이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이번 사건이 터졌어요.” “그러니까 질베르를 의심하는 건가요?” “질베르는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하지만··· 모르겠어요. 지금은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요.” 찬은이 묻는다. “왜죠?”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진희. 무호는 변혁이란 남자를 조사하라고 지시한다. 진희가 말한다. “아마 오늘 우리 가게에서 볼 수도 있을 거에요.”

서진희의 남자들

Y-bar. 진희가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찬은. 진희가 와인을 하나 가져온다. 사양을 하는 찬은. 하지만 결국 한 잔 마시게 된다. 정말 맛있다! “공감되죠? 왜들 좋아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찬은. “실은 사귀던 사람이 몇 명 더 있어요. 그 중에 누가 올 지는 몰라요.” 그럼 누구 아이냐고 묻는 찬은. 진희가 묻는다. “사이즈가 55죠?” 네? 고개를 갸웃하는 찬은.

드레스 룸에서 바지 정장을 꺼내 입히는 진희. 찬은과 사이즈가 맞아 근사하게 잘 어울린다. “누구의 아이인가는 문제가 아니에요. 문제는 질베르와 나의 관계에 불만을 품은 게 누군가 하는 거죠. 만일 그 아이가 내 아이라면 말이에요.” 진희가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자신의 시계를 푼다. “그 복장으로는 경찰인 게 너무 티가 나요. 얘기도 하기전에 달아날 걸요?” 찬은의 빈 손목에 시계를 채워주는 진희. “빌려주는 거에요.”

바에서 진희가 소개하는 남자들과 이야기를 하는 찬은. 모두들 소위 잘나가는 사내들이다. 여전히 추파를 받는 진희. 하지만 별로 의심이 갈만한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다.

저녁 늦게 바에 나타나는 변혁. 댄디하게 생긴 30대 초반의 사내. 진희가 찬은을 소개하고 돌아가자 매너 있게 인사를 하는 변혁. 하지만 시덥지 않은 이야기라도 먼저 말을 건네는 다른 남자와 달리 그저 가만히 찬은을 보기만 할 뿐이다. 찬은이 말을 건네려하자 난처한 표정을 짓는 변혁. “일 이야기라면 사양할게요.” “아니요. 질베르씨 아시죠?” “알아요. 끔찍한 일을 당했더군요. 가만···” 문득 변혁이 찬은에게 가까이 코를 들이댄다. “향수를 안 뿌리셨네. 언니 경찰이구나?”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는 변혁. “질베르씨하곤 어떤 사이셨나요?” “그냥 진희 채간 남자라는 것 밖에 잘 몰라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찬은과 변혁. 변혁은 찬은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진희씨하고 사귈 때 어땠어요? 심각한 사이였어요?” 고개를 젓는 변혁. 잠시 뺨을 긁적거린다. “돈 때문이었어요. 내가 아니라 물주가 필요했을 거에요. 진희는 그런 여자거든요. 욕심이 많아요.” “그게 그쪽을 화나게 하나요?” “그냥 그걸 알고 있었다는 거죠. 질베르가 어떤 남자인지는 몰라도 진희가 왜 그 남자를 선택했는지는 알아요.” “뭐죠?” “와인 때문이에요. 그는 와인 제조에서는 세계 최고니까. 진희는 그걸 갖고 싶었겠죠. 완전 마녀에요.” 심술궂은 표정을 짓는 변혁. 하지만 귀엽다. 자꾸만 그런 변혁에게 눈길이 가는 찬은. 변혁이 먼저 자리에 일어나 간다. 바에 앉아 와인을 홀짝이는 찬은. 변혁이 하듯 뺨을 긁적여본다. 피식 웃는 찬은.

진희가 선물이라며 LFDM을 한 병 건넨다. 가게 문을 닫는 진희. 옷을 갈아입는 찬은. 그 사이 마신 와인으로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다. 인사를 하고 가게 앞에서 헤어지는 찬은. 가다가 손목시계를 안 줬다는 것을 알고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진희의 빨간색 포르세 SUV 앞에 서 질베르와 격렬하게 키스를 나누는 모습. 묵묵히 바라보는 찬은. 돌아서 나간다.

호텔방. 벌거벗은 채 깨어나는 진희. 호텔 화장대 거울에 붙은 불어 메모. <꼭 아이를 찾을 거야. 진희의 아이는 우리의 아이니까. 당신의 열렬한 사랑. 질베르가> 발가벗은 그대로 창가로 다가가는 진희.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창가에 가만히 뺨을 기댄다.

진홍빛의 게헨나 Gehenna

게헨나(Gehenna)의 바닥 위에서 자신을 위해 준비하네. 어머니의 죄악에 바쳐진 화형의 장작더미.

그러나, 보이지 않는 천사의 지도 아래 호적에서 빠진 아기는 태양에 도취하고

모든 먹는 것과 모든 마시는 것에서 암브로시아와 진홍빛 감주를 발견한다.”

화면에 떠 있는 검색화면. 컴퓨터 화면의 글을 읽는 찬은. 진희에게 받은 LFDM의 포도주 병에 “Gehenna‐070829” 라는 레퍼런스 번호가 붙어있다. 무호가 찬은을 부른다.

질베르를 미행하는 무호팀원들. 질베르가 또 다른 호텔에서 60대 후반의 노인과 만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격해지는 두 사람. 울먹이던 질베르가 잔을 깨고 난동을 부린다. 묵묵히 보기만 하는 노인. 형사 하나가 노인의 얼굴을 가만히 보더니 말한다. “JJ의 서영범 아니야?” “뭐?” 놀라는 형사.

달콤한 아이들

무호의 지시로 충북 영동의 <소망보육원>으로 내려가는 찬은. 수녀들이 20여명의 영유아를 보살피는 <소망보육원> LFDM을 생산하는 포도 농장의 부속기관이기도 하다. 한 수녀에게 정황을 듣는 찬은. 우리가 잠시 다른 일을 하는 사이에 신생아들이 있는 방에서 그 아이만 사라졌어요. 깜쪽 같이요. 농장을 소개하는 몇몇 전시물을 들여다보는 찬은. 잡지 기사를 인용한 팜프렛에는 진씨와 JJ의 회장 서영범이 나란히 찍은 사진이 있고. 토종와인의 선구자. 그의 Lost Familly & Dream of a Man (잃어버린 가족과 한 남자의 꿈)”이라고 되어있다. 진씨에게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5년 전에 실종이 되는 바람에 보육원을 짓게 되었다고 말해주는 수녀. 결혼생활 10년만에 얻은 아이인데다가, 그 아이를 낳으면서 아내까지 죽게됐기 때문에 상심이 컸다는 이야기. “LFDM이 이런 뜻이었군요.” 찬은이 지금까지의 상황을 무호에게 전화로 보고한다.

혼자 이리저리 농장을 구경하는 찬은. 포도밭과 와인 만드는 오크통들을 신기한 듯 둘러본다. 탐스러운 포도를 하나 따먹는데 문득 나타나는 40대 후반의 사내. “그거 다 내 자식들이에요.” “아, 죄송해요.” “아주 달콤한 아이들이죠.” 포도를 한 송이 따주며 미소를 짓는 사내. 진씨다. “형사이시라고요.” 네. “정말 끔찍한 일이에요. 이 기회에 질베르 그 친구와 관계를 끊을생각입니다. 제 자식을 버리는 친구는 안 봐도 뻔할 뻔자죠.” “하지만 아직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진희는 입양아에요. 그 아이에게도 상처가 컸을 겁니다.” 놀라는 찬은. “내가 질베르였다면 와인 따윈 잊고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거요.” 진씨가 포도 농장을 안내한다. 저장고로 들어가는 두 사람. “제조 공정의 비밀 때문에 여기는 진희와 나밖에 들어올 수 없어요. 이번은 특별한 경우지요.” 친절하게 와인 만드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진씨.

국도를 달리는 질베르의 오픈카. 커다랗게 음악을 틀어놓고 시골길을 달린다. “개새끼! 나쁜 새끼!” 마구 욕을 하며 핸들을 때린다. 룸미러로 낯선 차가 미행하는 것을 알아챈다. 속력을 높이는 질베르.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감속도 하지 않은 채 달린다. 이내 미행을 떨구고 달아나는 질베르. 미행하던 차에서 내려 타이어를 걷어차는 사내. 똥 씹은 표정을 짓는다. 방배서 형사들이다.

어두운 시골길 한쪽에 하드탑을 씌운 채 세워진 질베르의 차. 문을 열자 빈 와인병이 굴러 떨어진다. 비틀거리며 내린 질베르. 숲속의 나무에 오줌을 갈긴다. 하이빔을 켜며 달려오는 차. 돌아보면 그냥 지나친다. 질베르가 비틀거리며 다시 차로 돌아간다. 문을 닫으려 하자 누군가 차문을 잡는다. 올려다보는 질베르. 갑자기 문짝을 잡은 사내에게 프랑스말로 욕을 해대기 시작한다. 이내 다짜고짜 달려들어 질베르를 끌고 가는 사내들. 억지로 질베르의 입에 술을 들이 붓는다.

이른 아침. 부슬부슬 비까지 내리는 사고현장. 가파른 낭떠러지. 가드레일을 부수고 질베르의 차가 추락해 있다. 크레인이 질베르의 차를 끌어 올린다. 차 속에 있는 질베르.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 있다. 외면하는 찬은. 난감해하는 무호. 차 안을 살펴보면 곳곳에 산산이 깨져 있는 와인 병의 잔해가 보인다. 차 안에 흥건한 물. 문득 무호가 질베르의 신발을 살핀다. 깨끗한 신발 바닥. “그럼 이 물은 다 뭐야?”

폐차장. 한 형사가 수동기어가 달린 차를 끌고 온다. 시동을 건 채 커다란 얼음 덩어리로 클러치를 고정시키는 무호. 찬은이 묻는다. “뭐하시는 거에요?” “질베르 신발이 깨끗했어. 최소한 비가 온 뒤엔 밖에 나가지 않았다는 거야. 그럼 차 안의 그 많은 물들은 어디서 나왔을 거 같애?” 잠시 뒤. 얼음이 녹으며 서서히 전진하는 자동차. 점점 빨라진다. 쫓아가는 형사들로 한바탕 법석이 일어난다. 바라보는 무호. “시바. 이건가.”

서영범 회장

거대한 JJ식품 본사 건물. 무호는 찬은과 함께 서영범 회장을 만나려 한다. 하지만 무례하게 구는 떡발 좋은 경비들이 막아서며 실랑이가 벌어진다. 로비가 소란해지자 나오는 책임자. 무호가 알아보고 별명을 부른다. “어이, 비타민! 너 여깄었냐? 회장님 좀 만나자.” 만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비타민. 다짜고짜 들어가려는 무호와 실랑이가 벌어진다. 하지만 맥없이 멱살을 잡히고 마는 무호. 비타민이 속삭인다. “이봐, 서진희 회장님 딸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 알았으면 꺼져.” 순간, 찬은이 비타민의 무릎 뒤를 차고 팔을 꺾어 로비 바닥에 눕힌다. 흥분한 덩치들. “갈게, 갈게.” 찬은을 데리고 물러서는 무호.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한다고 괜스레 찬은을 나무란다. 보면 어느새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찬은. “고마워.” 퉁명스레 말하는 무호. 비타민이 험악하게 얼굴을 구기며 찬은에게 지켜보고 있다는 손짓을 해 보인다.

DNA 검사 결과 냉동 영아는 진희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 사라진 진희의 아이. 질베르의 집에서 나온 냉동영아. 질베르의 살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럼 아이는 질베르 출국 이전에 가져다 놓았다는 거야?” 결과적으로 찬은의 추측이 맞자 모두들 찬은을 바라본다. 한 형사가 조심스레 JJ 식품의 서영범을 용의선상에 올린다. “그쪽은 신경 꺼.” 서진희의 남자들에 대해서 묻는 무호. 고개를 젓는 찬은. “출국 전에 파티가 있었다며, 참석자들 조사하고, 질베르 주변도 파 봐. 뭐라도 건져오란 말이야.” 짜증스레 말하는 무호.

국과수 질베르의 부검. 무호가 묻는다. “없어? 뭔가 단서가 될만한 게 없어?” 정황은 알겠지만, 범인을 특정할 만한 단서는 시체에 없다는 부검의. “게다가 프랑스하곤 아직 수사협정이 안 맺어져 있어. 2차 부검은 무리야.” 고개를 젓는 부검의.

국과수 앞에 서있는 고급 스포츠카. 변혁이 차에 기대 서 있다. 무호가 찬은을 돌아보며 말한다. “가봐.”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에요.” “상관이 없긴 뭐가 없어? 저 자식 아까 경찰서부터 여태 저러고 있는데, 가봐.”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찬은. 고집스레 경찰 봉고에 오른다. 허- 헛웃음을 짓는 무호.

식당. 강력계 식구들이 모두 모여 고기를 먹는다. 한 형사가 이거 무슨 술자리냐고 묻는다. “금일봉 좀 받았다. 오늘은 한잔하고 일찍들 들어가 좀 쉬어. 고생했고, 더 고생하자. 건배.” 무호가 술잔을 든다. 찬은도 묵묵히 소주를 마신다. 찬은이 무호에게 비타민에 대해 묻는다. “그 새끼 본 지 한 10년만인가?” 행동대장이었다가 교도소에 수감 된 뒤로는 소식을 몰랐다고 말한다. “근데 왜 이름이 비타민이에요?” “10년 전 강동서에 있을 때 불과 십일 만에 조폭 우두머리 열세 놈이 작살 나는 일이 벌어진 거야. 우리 쪽에선 매일매일 깨져나가니까 매일매일 한알씩. 비타민이라고 불렀지. 나중에 잡고 보니까 중간 보스들 제거하라는 오야붕 지시를 받고 딱 한 놈이 한 짓이더라고. 그때 이 자식이 서열 15윈가 그랬는데, 지도 완전 개 작살이 나면서도 끝까지 해치운 거야. 매일매일. 아주 지독 한 놈이지.” 고개를 끄덕이는 찬은. 무호가 말한다.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니네 삼촌한테 고맙다고 좀 전해라.” 놀라는 찬은. “사이가 안 좋아 보이긴 하더라니. 임마, 그런 삼촌 있는 걸 고맙게 생각해. 애들처럼 굴지 말고. 나중에 다 도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찬은.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왜 저래? 하는 형사들. 무호가 너스레를 떤다. “야야. 신경 끄고, 마셔. 마셔.”

식당을 박차고 나오는 찬은. 화가 나서 씩씩대며 거리를 걷는다. 빵빵- 경적소리. 돌아보면 변혁의 차다. 성큼성큼 다가가 차에 오르는 찬은. “가요. 어디든.” 갑작스런 찬은의 행동에 놀라는 변혁.

– LFDM. 살인의 이유

남한강이 굽어보이는 산 중턱. 변혁이 종이봉투에서 초밥을 꺼낸다. “뭘 좀 사왔는데, 밥 먹었죠?” “나도 배고파요.” 자기 몫의 초밥을 집는 찬은. “나한테 할말 있어요?” “일단 먹고. 천천히.” 와인 잔에 와인을 따르는 변혁. 찬은이 술병을 뺏는다. “술 마시지 마요. 운전해야 하잖아요.” “한잔도 안돼요?” 하며 보지만 찬은 전혀 물러설 표정이 아니다. 할 수 없다는 듯 뺨을 긁적이는 변혁. 빙그레 웃는다.

나란히 차에 기대 앉아 혼자 와인을 홀짝이는 찬은. 기분 좋은 이야기가 오간다. 키스를 하는 변혁. 싫지 않은 찬은. 변혁이 파고들며 몸을 더듬자 떼어 놓는 찬은.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된다. 빙긋이 웃는 변혁. “나 범인을 알아요.” 찬은이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다. “누군데요?” “JJ 서회장.” “이유는요?” “대기업에선 자질구레한 거 귀찮거든. 원천기술만 있으면 되니까. LFDM은 좋은 소재잖아요. 질베르는 귀찮은 존재에 속하는 편이죠. 게다가 서영범의 딸이 질베르와 아이를 낳았다는 건 이 바닥에선 다 아는 사실이니까. 눈에 가시였을 거에요.” “그건 질베르에 관한 거지 냉동 영아에 관한 건 아니에요.” “냉동 영아는 협박용이었을 거에요. 질베르가 봤다면 당장 그 메시지를 알았겠지. 그런데 운이 없으려니까 파출부 아줌마가 먼저 발견한 거에요.” “그렇다고 어떻게 영아를···.” “재개발 사업 딸 때 봐요. 세입자 아줌마들 앞에 그거 꺼내 놓고 강간하겠다고 협박하고, 으으- 끔찍한 일인데도 그냥 우리끼리는 야, 그 사람 대단하다. 그러거든요.” 인상을 찌푸리는 찬은. “왜 그래요? 다 경찰하고 같이 하는 건데, 인상 좀 펴요. 없는 거 티나잖아.” 화가 나서 돌아보는 찬은. “그 문제가 아니잖아요.” “아, 양심, 도덕 같은 거. 왜 그게 문제가 되는 거 같아요?” “당연하잖아요.” “아니야. 가진 게 그것뿐이라 다 잃을까봐 그런 거라고요.” 뺨을 긁적이는 변혁. 빙그레 웃는다.

검은 장례 복장의 사람들이 공항에 모여 있다. 질베르의 시신이 비행기에 실려 프랑스로 운구 되는 날. 대부분 파티에 왔던 사람들이다. 그 속에 보이는 진희와 진씨. 찬은과 방배서 형사들. 그리고 서영범과 비타민 일행의 모습. 진씨가 찬은에게 인사를 한다. “서울에 한동안 자주 오게 될 거 같아요. JJ와 함께 하기로 했거든.” “진희씨는요?” “진희도 이번엔 어쩔 수 없겠지.” 질베르의 관이 비행기에 실리자 자리를 뜨는 사람들. 영범이 진희의 팔을 잡는다. 뿌리치는 진희.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그 모습을 보는 찬은의 얼굴이 구겨진다. 영범과 함께 자리를 뜨는 진희.

악몽

도로를 달리는 영범의 차. 그 뒤를 따라가는 택시. 찬은이 타고 있다.

어두워지는 시골길을 달리는 영범의 차. 샛길로 빠져 들어간다. 찬은이 택시기사에게 말한다. “그냥 지나쳐서 저 앞에 세워주세요.” 택시가 갓길에 선다. 걸어서 샛길로 들어서는 찬은. 하염없이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걷는다.

호숫가에 세워진 커다란 별장 건물. 찬은이 숨을 몰아쉬며 어두운 오솔길을 걸어 올라온다. 별장 대문 안쪽으로 영범의 차가 보인다. 차 앞에서 잡담을 하며 담배를 피우는 사내들. 찬은이 몸을 숙이고 별장을 살핀다. 순간 창가에 나타나는 진희. 울먹이고 있다. 그 뒤로 다가오는 나이트 가운을 입은 영범. 저항하는 진희를 끌어안는다. 가슴을 쥐고 키스를 하는 영범! 이내 끌려가듯 창에서 사라지는 진희. 놀라는 찬은! 무심결에 떨어진 가지를 밟는다. 빠직! 부러지는 가지. “거기 누구야!” 대문 밖을 살피는 사내들. 손전등을 비춘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 손톱을 자근자근 씹으며 차에 앉아 있는 찬은. 이윽고 진희의 차가 주차장을 나온다. 뒤 따르는 찬은. 진희의 차가 산부인과로 들어간다.

병원 복도에서 기다리는 찬은. 진찰을 받고 나오는 진희가 찬은을 발견하고 놀란다. “어제 진희씨 뒤 따라 갔었어요.” 잠시 말을 잃는 진희. 애매하게 웃으며 묻는다. “무슨 말인지 난 모르겠네요.” “여기도 그 일 때문에 온 거 잖아요.” 자기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지는 찬은. 그냥 지나치려는 진희를 붙잡는다. “진희씨 입양아라는 거 알고 있어요. 내가 도와줄게요. 언제부터에요? 그 사람 언제부터 그랬어요?” 순간 무너지며 꺼이꺼이 우는 진희.

진희의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보육원들을 지원하며 입양아의 아버지로 불리던 영범은 진희를 7살 때 입양한다. 하지만 정작 진희의 생활은 마치 사관학교 같았던, 겉치장만 요란한 입양이었다. 그리고 15살이 되자 자신의 재산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했고, 16살 때부터는 성폭행이 시작되었다. 유학을 다녀와서도 계속된 성폭행. “LFDM을 만들기 시작했을 땐 서회장의 돈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LFDM이 성공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독립할 수 있었어요. 이제 곧 이 악몽이 다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흐느끼는 진희. 물끄러미 바라보는 찬은. “우리 아빠는 조그만 중소기업을 하고 있었어요. 삼촌이 돈을 대고 동업을 하고 있었죠. 아빠는 참 좋은 사람이었어요. 회사가 잘 안되기 시작할 때도 다들 아빠를 위해 참아줬었죠. 그런데 어느 날 그 사실을 안 삼촌이 회사의 자기 지분을 처분해 버린 거에요. 그러자 채권업자들이 들이닥치고··· 순식간에 망해버렸죠. 결국 아버지는 빚쟁이에게 몰려 자살을 하고 말았어요.” 울음을 멈추고 찬은을 바라보는 진희. 찬은이 말을 잇는다. “아버지를 보내면서 생각했죠. 그래···” “성공하고 싶었겠죠.” 진희가 말을 받는다. “맞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찬은.

늦은 시간. 함께 변혁을 흉보며 웃는 두 사람. 진희가 말한다. “회장님이 LFDM의 권리를 포기하래요.” “어떡할 거에요?” “절대 그렇게 못하게 할 거야. 절대.” 순간, 찬은이 누군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배란다에서 3층 아래로 뛰어 내리는 정체불명의 사내. 찬은이 뒤 쫓으려 할 때 진희의 비명이 들린다. 달려가 보는 찬은. 냉장고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냉동영아!

카드를 던지다

방배서 형사들이 진희의 방에 몰려 있다. 찬은에게 경과보고를 듣고 고개를 젓는 무호. “이 사건은 조사 중이라고. 뻔히 알면서 이런 짓을 또 한다는 게 말이 돼?” “두 사람의 집에서 발견된 영아. 질베르의 죽음. 그리고 드러낼 수 없는 딸 서진희의 출산까지. 이 모든 이야기의 가운데에 서영범이 있어요. 혐의가 충분하다구요.” “그건 진씨도 마찬가지잖아!” 답답한 찬은. “반장님!” “어쨌든 그건 카드가 못돼. 심증일 뿐이야. 게다가 상대는 JJ 식품이라고. 너 법무법인을 상대로 이길 자신 있어?” 화가 난 표정으로 입을 다무는 찬은. 무호가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진희를 바라본다. “성폭행 쪽으로는 어때?” 고개를 젓는 찬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요.” “시바. 어쩌라구.” 한숨을 쉬는 무호. 찬은이 중얼거린다. “서영범은 줄곧 진희씨를 관찰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나란 사람도 알고 있겠죠. ····서영범을 만나볼게요. 혼자서요.” “그래서?” “뭔가 건지면 말씀 드릴게요.” 무슨 소린가 빤히 보는 무호.

진희의 드레스 룸에서 옷을 고르는 찬은. 화려한 치마 정장을 고른다.

JJ 식품 건물에 나타난 치마 정장 차림의 찬은. 화장까지 하고 있어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다. 화려한 찬은의 모습. 회장을 만나겠다고 하자 비타민이 나온다. “회장님은 만날 수 없습니다.” “회장님과 거래를 하려고 왔어요.” 찬은의 모습에 무슨 꿍꿍인가 의아해하는 비타민. “무슨 거래죠?” “돈 아니면 치정. 혹은 둘 다겠죠.”

회장실. 영범과 만나는 찬은. 영범이 묻는다. “거래를 원한다고? 경찰이 사사롭게 이래도 되나?” “제가 온 건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경찰 자격으로 온 것도 아니고요.” “일단 들어나 보지.” “고맙습니다. 얼마 전에 질베르가 죽었습니다. 사고로 위장은 했지만 우린 질베르가 타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조사를 하는 중에 질베르의 차와 집에서 몇 가지 유품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별로 개의치 않았죠. 살해 동기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와중에 따님인 서진희씨에 대해 이런 저런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제서야 전 질베르가 남긴 메모의 의미를 알게 됐죠. 물론 불어 사전을 좀 뒤져야 했지만요.” 베시시 웃는 찬은. 보면 화가 난 표정으로 눈을 씰룩이는 영범. “회장님이 무척 흥미 있어 할 메모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야기는 재밌지만, 물건을 봐야 거래가 되지 않겠어? 아가씨?” “설명은 여기까집니다.” “물건이 마음에 든다 치고, 원하는 게 뭔가?” “저한텐 메모가 있고, 회장님한텐 뭐가 있을까요? 생각해 보시고 연락주세요.” 찬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다. “맹랑한 아가씨군.” 빙긋이 웃고는 밖으로 나가는 찬은. 생각에 잠기는 영범. 비타민이 지시를 기다린다.

서영범의 선택

진희의 드레스 룸에서 옷을 벗는 찬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속옷차림으로 걸터앉아 심호흡을 한다. 중얼거리는 찬은. “그게 통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어처구니가 없었다는 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순간, 맞은편에 걸려 있는 커다란 바클에 검은 그림자가 언뜻 비친다. 다급하게 일어나는 찬은. 철사 줄이 목에 걸린다. 재빨리 손을 집어넣는 찬은. 억세게 잡아당겨지는 철사 줄. 찬은이 몸부림을 치지만 완력을 당해낼 수가 없다. 고통스러워하는 찬은. 난장판이 되는 드레스 룸. 바닥에 쏟아진 커다란 머리핀을 집어 들고 사내의 다리를 찌른다. 퍽! 퍽!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사내. 점점 맥이 빠져가는 찬은. 찬은의 귀에 속삭이는 사내. “넌 알아서는 안 될 걸 안거야.” 순간 찬은이 사내의 얼굴에 머리핀을 박는다. 악! 비명소리와 함께 떨어져 나가는 사내. 숨통이 터진 찬은이 마른기침을 해댄다. 얼굴에 박힌 머리핀을 뽑는 사내. 비타민이다. 주춤주춤 물러서는 찬은. 피를 흘리며 다가오는 비타민. 달아나는 찬은. 쫓는 비타민. 찬은이 유리창을 깨고 떨어진다. 비타민이 창밖을 바라본다. 2층 아래로 떨어져 있는 찬은.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몰려들고 있다. 돌아서는 비타민.

속옷차림의 찬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다. 올려다보면 어느새 보이지 않는 비타민.

구급차에 앉아 담요를 덮어쓰고 있는 찬은. 무호가 화가 나서 소리친다.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일을 이렇게 벌린 게 겨우 남자친구의 추리 때문이란 거야?” “확율은 반반이라고 생각했어요.” “계획을 자세히 말했으면 백업이라도 했을 거 아니야. 혼자서. 너 죽고 싶어?” 베시시 웃는 찬은. “뻥카였으니까요. 그래도 어쨌든 맞았잖아요. 비타민은요?” “수배 때렸어.”

방배서. 형사들에게 이끌려 차에서 내리는 서영범. 기자들이 벌떼같이 몰려든다. “질베르씨를 살인 교사한 게 맞습니까” “왜 냉동영아로 협박을 한 겁니까” “따님 서진희씨가 사생아를 낳은 사실이 있습니까?” 질문하는 기자들. 묵묵부답인 영범.

취조실에서 변호사를 대동한 영범. 수사과장이 심문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다시 묻겠습니다. 회장님은 LFDM의 판매권을 갖기 위해 질베르에게 지속적인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맞습니까? 그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영범. 질베르가 LFDM을 포기하지 않자 회장님은 직원들로 하여금 질베르에게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한 후 음주운전 중에 낭떠러지에 떨어진 것으로 조작했습니다. 맞습니까? 묵묵부답인 영범. 좋습니다. 그 부분은 차차 밝히도록 하고. 사라진 서진희씨의 사생아는 어디 있습니까? 회장님은 따님 서진희가 질베르와의 사이에 사생아를 낳았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빼돌린 것 아닙니까? 묵묵부답인 영범. 자 따져 봅시다. 따님 서진희씨를 20년 전 입양한 사실이 있죠? 고개를 끄덕이는 영범. 질베르를 협박하려고 냉동고에 죽은 아이를 집어넣은 것 아닙니까? 사업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아이를 죽이겠다. 이것 아닙니까? 점점 목소리를 높이는 수사과장. 서진희씨 냉장고에 냉동영아를 집어넣은 것도 같은 이유 아닙니까? 어차피 회장님하고는 피 한방울 안 섞인 아이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빤히 수사과장을 쳐다보는 영범.

죽음의 무게감

얼굴에 반창고를 붙이고 한쪽 팔을 깊스한 채 강력반으로 들어오는 찬은. 형사들이 수고했다며 찬은의 어깨를 두드려준다. 쏟아지는 칭찬에 조금은 당황스러운 찬은. 의자에 앉아 뭔가를 끄적이고 있는 무호. 찬은을 부른다. “괜찮냐?” “네.” “서진희 아이는 잘 있어. 서영범이 데려다 몰래 키우고 있었어.” “잘 됐네요. 그런데, 기분이 별로 같으세요?” “뭔가 퍼즐이 맞지 않아. 협박 때문이라면 뭐하러 서진희의 집에 아이를 가져다 놨을까? 또 죽은 영아는 어디서 가져 왔는지. 게다가 니가 질베르 메모 운운했을 때 죽이려고까지 한 건 좀 과민 반응 아닌가 싶거든.” “서영범이 입을 안 여나요?” 고개를 끄덕이는 무호. 찬은이 묻는다. “비타민을 잡으면 다 알 수 있겠죠.” “방추성이야. 비타민 이름.” 무호가 서랍에서 총을 꺼내 건넨다. “아직 정식 경찰 자격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상대는 비타민이야. 챙겨둬.” 찬은은 묵직한 총의 무게가 새삼스럽다.

꽃을 들고 병원 복도를 걸어가는 찬은. 진희가 아이를 안고 나온다. 찬은을 보며 환하게 웃는 진희. 찬은이 아이를 안아보기도 하며 즐거워하는 두 사람.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며 아이 용품들을 함께 고른다. 휠체어를 탄 영범의 모습이 TV뉴스에 나온다. 혐의 전면 부인. 지병 악화. 보석 따위의 자막이 화면에 뜬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진희의 포르쉐. 카시트에 앉아 까르르 웃는 진희의 아이. 조수석에 앉은 찬은이 아이를 돌아본다. 진희가 찬은의 어깨에 찬 총을 발견한다. “달아난 비타민. 아니, 방추성 때문에요.” 고개를 끄덕이는 진희. “진씨한테 LFDM 권리 다 넘길 생각이에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프랑스로 갈 생각이에요. 거기서 새로 시작하려고요. 자리 잡히면 수연이도 데려가야죠.” “결국 이 사건으로 제일 이득을 보는 사람은 진씨군요.” “돈 방석에 앉게 되겠죠.” 찬은이 아이를 돌아보며 묻는다. “애를 잃어버렸었는데, 다시 소망 보육원에 맡겨도 괜찮겠어요?” “실은 불안하기도 해요. 보육원이 처음 생겼을 때도 실종 사건이 몇차례 있었거든요. 하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요.” “실종 사건이요?” “아, 몰랐어요? 오래 전 일이라 자세한 건 잘 몰라요.” 곰곰이 생각에 빠지는 찬은. “보육원에 도착하면 차를 좀 빌릴게요.” 돌아보는 진희.

<소망보육원> 진희와 아이를 내려놓고 차를 몰고 나가는 찬은.

소망보육원

마을 지구대. 소망보육원 아이 실종 사건에 대해 묻는 찬은. 사건을 담당했던 임순례 경장이 사건 경위를 말한다. 보육원 생기고 2년간 3건의 영아 실종사건. 그냥 깜쪽같이 사라졌다. 애를 봤다는 사람도 없고, 농장이나 보육원에 외부 사람이 드나들지도 않았다. 내부자의 소행인가도 생각해 봤지만, 모두 혐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내부자 소행이면 어디 감춰 놨을 텐데, 그럼 어디서 애 우는 소리라도 들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여간 희한한 사건이었어요. 오죽했으면 실종된 진씨 아이가 귀신이 돼서 애를 데려 간 거라고 그랬을까.” 그때 찬은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온다. 진희다. “빨리 와 줘요. 제가 와인 저장 탱크에서 뭘 발견했는데··· 찬은씨가 봐야 되요. 얼마나 걸려요?” “20분이면 갈 수 있을 거에요. 무슨 일이에요?” “그럼 빨리 오세요. 빨리요.” 끊어지는 전화. 찬은이 서둘러 차를 몰고 나간다.

와인 저장 탱크 앞에 서 있는 진희. 전화를 끊는다. 뒤에서 다가오는 진씨. “무슨 일이야?” “드릴 말씀이 있어요.” “무슨?” “와인제조에 관한 거에요.” 굳은 표정의 진희. 진씨가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멀리 진희의 이야기를 듣는 진씨의 모습. 갑자기 와인 저장 탱크의 뚜껑을 열더니 미친 듯이 안을 휘젓는 진씨. 갑자기 진희를 때린다. 쓰러지는 진희. 흥분한 진씨가 사정없이 진희의 몸을 짓밟는다. 축 늘어지는 진희. 저장고 안을 두리번거리더니 도끼를 꺼내드는 진씨. 분노로 희번덕거리는 진씨의 눈빛.

달려오는 포르쉐. 찬은이 저장고로 뛰어 들어간다.

저장 탱크 앞에 쓰러져 있는 진희. 달려가 흔들어 보지만 기절한 채 깨어나질 못한다. 퍽! 퍽!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보면 진씨가 미친 듯이 도끼로 오크통을 부수고 있다. 일어나는 찬은. 와인 저장 탱크를 살핀다. 붉은 와인 속에 떠 있는 무언가. 저장탱크에 잠겨있는 장대로 툭 건드리자 빙그르르 돌아간다. 놀라는 찬은. 터져 나오는 비명을 손으로 막는다. 와인 속에 떠 있는 것은 잔뜩 웅크리고 있는 신생아다! 다급히 총을 꺼내드는 찬은. 부들부들 손이 떨린다. 조심스레 다가가는 찬은. 진씨가 저장고 곳곳에 휘발유를 뿌리고 있다. “손 들어! 당신을 살인 및 시체 유기로 체포한다!” 돌아보는 진씨. 거침없이 다가온다. “지금 내 심정이 어떤 줄 알아?! 10년을 와인에 미쳐서 살았어. 그런데 내 애가 사라지던 해 와인이 완성됐어!” “움직이지마! 움직이지마!” 총구 바로 앞에 서는 진씨. 광기어린 진씨의 눈빛. “내 아이가 와인에 빠져 죽었어. 그리고 와인이 완성된 거야. 난 내 아이로 담은 와인을 보고 기뻐했어! 사람들은 내 아이를 마시고 핥으면서 찬사를 보낸 거야! 웃기지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르는 찬은. “다가오면 쏜다!” “이 와인은 악마야! 다 없어져야 해!” 진씨가 찬은의 배를 걷어찬다. 헉. 쓰러지는 찬은. 진씨가 찬은의 총을 멀리 차 버린다. “날 방해 하지마. 다 태워 버릴 거야. 모두 다! 이제 끝이야.” 진씨가 부서진 오크 통 조각을 집어 들고 불을 붙인다. 진씨의 목에 매달리는 찬은. 격렬하게 몸을 흔들며 찬은을 떨구는 진씨. “모두 여기서 죽는 거야! 알았어?!” 도끼를 집어 든다. 움찔하는 찬은. 순간, 탕! 탕! 총소리가 울린다. 이마에 난 작은 구멍으로 콸콸 피를 쏟아내는 진씨. 허수아비처럼 쿵 쓰러진다. 돌아보는 찬은. 총을 겨누고 있는 진희. 부들부들 떨며 총을 떨어뜨린다.

– LFDM의 비밀

겁에 질려 눈물을 흘리는 진희. “저기, 저기 아이가 있었어요.” “진정해요. 진희씨.” 이마에서 피를 흘리며 울먹이는 진희.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지금까지 계속 아이로 와인을 만들어 왔다고 했어요.” 찬은이 가만히 다가가 총을 거둔다. “괜찮아요. 이제 다 끝났어요.”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저장고. 찬은이 진희를 일으킨다. “걸을 수 있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진희. “LFDM을 독차지하고 싶었데요.” “결국 돈 때문인가.” 고개를 끄덕이는 진희. 찬은이 묻는다. “아이로 와인을 담고 있는 사실을 질베르씨도 알고 있었을까요?” “아니요. LFDM 제조 방법을 아는 건 나와 진씨 뿐인데, 질베르는 전혀 몰랐을 거에요.” 문득 발걸음을 멈추는 찬은. 진희가 의아한 듯 바라본다. 찬은이 말한다. “좀 혼란스럽네요. 비타민이 날 죽이려 할 때 그랬거든요. 내가 알아서는 안 될 걸 알아서 죽인다고요. 그게 뭘까 궁금했는데···” 바라보는 진희. “아이로 와인을 담는 걸 말하는 거겠죠.” 찬은이 고개를 젓는다. “질베르나 진희씨도 아이로 와인을 담는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잖아요. 그런데 서영범이 그걸 알 리가 없어요. 설사 서영범이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질베르도 모르는 LFDM의 제조 비밀 때문에 질베르의 집에 아이를 넣어 두진 않았을 거에요. 더욱이 진희씨의 집에 아이를 가져다 놓진 않겠죠.” “그럼, 진씨가 가져다 놓은 걸까요?” “아니요. 서영범이 질베르를 죽이고, 나를 죽이려고 한 비밀은 LFDM의 제조 비밀이 아닌 건 분명해요···.” 우두둑 우두둑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불타는 오크통. 안쪽부터 연기가 차 오르기 시작한다. “모르겠어요. 무서워요. 우리 여기서 나가요.” 찬은이 진희를 바라본다. “진희씨. 말해 봐요. 아이 아빠가 누구죠?” 울먹이는 얼굴로 찬은을 바라보는 진희. 순간, 맹렬하게 타오르는 저장고 천정에서 기둥이 하나 떨어진다. 돌아보는 찬은. 다시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진희. 놀라 두리번거리는 찬은.

진희를 찾아 저장고를 돌아다니는 찬은. “그 아이는 서영범 회장의 아이야. 그렇지? 질베르는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살해됐고, 회장은 질베르의 메모가 아이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까지 죽이려 한 거야! 당신 정체가 뭐야?!” 연기 속에서 뭔가 움직인다. 총을 꺼내 겨누는 찬은. 연기 속에서 진희의 목소리가 들린다. “맞아. 그 아인 아빠의 딸이자 손녀야.” “이제 그만해. 도망갈 수 없어! 포기하고 나와!” “그건 아주 우연한 일이었어. 진씨의 아이는 와인 통에서 발견됐지. 하지만 난 그 사실을 숨겨야 했어. 진씨가 알게 되면 와인 사업은 끝이었으니까.” 연기 속에서 들리는 진희의 목소리. 어느새 차갑고 비정한 목소리로 변해 있다.

잃어버린 가족과 한 여자의 꿈

– 슬픔에 잠겨있는 진씨. 초췌한 얼굴로 실종된 2살짜리 아들을 찾는 팜플렛을 거리에서 나눠주고 있다.

– 와인 저장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진희. 저장 탱크에 빠져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잠시 망설이던 진희가 아이를 건져낸다. 차 트렁크에 있는 자동차용 냉장고에 아이를 집어넣는 진희.

– 질베르가 와인을 음미한다. 그 뒤에서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서 있는 진희. 와인이 맛있다며 찬사를 보내는 질베르. 어리둥절한 진희.

연기 속에서 진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그게 성공을 한 거야. 결국 와인의 제조 비밀은 나만 알고 있기로 했지. 와인 이름도 내가 지었다고.”

– 와인 저장 탱크 앞에 서 있는 진희와 진씨. “무슨?” “와인제조에 관한 거에요.” 굳은 표정으로 말하는 진희. 빙그레 미소를 짓는 진씨. 진희가 말한다. “그리고 아저씨 아이에 관한 것이기도 해요.” “그게··· 무슨 말이지?” “아이가 사라지던 해에 와인이 완성됐으니까요.” “진희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그 아이는 다시 태어났어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존재로요. 그 아이가 LFDM을 완성했어요.” 충격을 받는 진씨. 알 수 없는 공포와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 찬은에게 다가오는 진씨. 광기로 번들거리는 그의 눈빛. “이 와인은 악마야! 다 없어져야 해!”

아까와 다른 장소에서 들리는 진희의 목소리. “이제 다시 포도를 따야 할 시간이 다가 오고 있어. 난 나중에 가져갈 생각으로 질베르의 냉동고에 아이를 가져다 놨지. 그런데 그걸 엉뚱한 사람이 발견해 버린 거야.” 찬은이 목소리를 따라 총구를 움직인다. 또 다른 장소에서 들리는 진희의 목소리.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니가 나타난 거야. 기억나? 내 시계를 보면서 니가 하던 말. 날 의심하기는커녕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지. 그때 생각한 거야. 이게 다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자. 서영범과 진씨를 차례로 범인으로 만들자.” 얼굴이 일그러지는 찬은. “어디야! 나와! 서진희!” 순간 전혀 뜻밖의 곳에서 튀어 나오는 진희. 도끼를 휘두른다. 자기도 모르게 깊스한 손을 들어 막는 찬은. 악!! 비명을 지르며 나뒹구는 찬은. 총을 놓친다. 연신 도끼를 휘두르는 진희.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찬은. 뒤엉키며 격렬한 싸움을 벌인다.

저장고에 타오르는 불길. 바닥에 흐른 포도주가 열기에 지글지글 끓어오른다. 상처투성이가 된 두 사람. 하지만 한 팔을 못 쓰는 찬은이 수세에 몰려 있다. 진희가 도끼를 들며 다가온다. “변혁이랑 잤어? 기분이 어땠어? 그 새끼 선수라 잘 할 텐데.” “그만해.” “너 한국타이어 사장 아들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잖아? 웃겨. 이 세계를 알지도 못하면서. 그래서 너 같은 애들을 골빈년이라고 하는 거야.” 치욕감에 몸을 떠는 찬은. 진희를 업어 매친다. 하지만 지친 찬은. 진희와 함께 바닥에 나뒹굴고 만다. 바닥을 뒹굴며 지글지글 끓는 포도주에 젖는 두 사람. 진희가 찬은을 발로 걷어찬다. 나가떨어지는 찬은. 일어날 기력도 없다. 지치긴 마찬가지인 진희. 도끼를 질질 끌며 다가온다. 찬은이 허우적거리며 땅에 떨어진 총을 집어 든다. 흠칫 걸음을 멈추는 진희. “움직이지마.” 진희가 웃는다. “넌 몰라. 내가 첫 낙태를 한 게 열여섯이었어. 죽이고 싶었어. 난 그 자식의 손에서 벗어나야 했다고!” 도끼를 들어 올리는 진희. “죽어도 벗어날 거야. 반드시!” 순간, 타오르는 불길이 진희의 몸에 옮겨 붙는다. 으아악! 불을 끄려고 바닥을 나뒹구는 진희.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거세지기만 하는 불꽃. 찬은이 다가서려 하자 무너져 내리는 구조물들. 그 아래 깔리고 마는 진희. 불길에 휩쌓인 채 고통스레 죽어간다. 바라보는 찬은의 표정이 서글프다.

저장고 앞으로 속속 도착하는 경찰차와 소방차. 휘청휘청 저장고를 걸어 나오는 찬은. 거센 불길과 연기를 보며 수녀들이 울음을 터뜨린다. 저장고 입구에 붙은 Lost Family & Dream of a Man (잃어버린 가족과 한 남자의 꿈) 중 L.F.D.M 이라는 이니셜만 남고 나머지는 불에 타 녹아내린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찬은. 이니셜들 옆으로 서서히 다른 글씨가 드러난다. Les Fleurs Du Mal ‐‘악의 꽃’. 암전.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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