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 보면
<요즘생각>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난 시절 읽고 배웠던 것이 내게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죄다 무너져 흩어지고, 부서져 색이 바랬다.
차츰 그렇게 나는 흑백이(라고 쓰고 대머리라고 읽는다) 돼 버렸다.
앞으로 다시 새로운 걸 배우고, 책을 읽고, 이해하려 애써도 내게 남는 것이 거의 없을 것 같다. (탈모. 그리고)
다시 모두 흑백이 되고 말 것 같다.
그러니 그저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나마
제대로 기억하고 이해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어느새 내 책상 위에는 다시 오에겐자부로의 <작가 자신을 말하다>가 놓이고,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자 펼쳐져 있다. 오가는 길에는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를 e북으로 읽는다.
그리고 이제 퇴임하신 은사님의 <삼국유사> 강독을 들으러 다닐 생각이다.
